어떤 평론가는 한 마디로 "정현종의 언어들은 정해진 의미의 감옥을 견디지 못하고 언제나 요둉치고 들썩
거린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의 경게든, 공간의 경계든, 무엇이든 사물과 생명의 '형태를 결정 짓는 가두리'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하셨습니가?
"비교적 잘 이야기 한 것 같은데....내가 변모했다고 보나?
글쎄. 나이 먹고 늙어가고에 상관 없이 그야말로 사물과 세상을 그때그때 새롭게 느끼고, 새롭게 보고,
그렇게 쓰인 거니까. 그래도 시가 가진 성질은 변함이 없지 않을까. 다만 문장, 어투, 말의 쓰임새 같은 것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 어, 어....그 속에 들어 있는 언어가 그런 거니까....갇힌 언어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 자유롭고자 하는 거니까....거기서 시의 탄력과 생명력 같은 것이 나오겠지.
시의 활력이라고 하는 것을 우리가 시에 감지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 해설만 가지고 안 되고, 시어 하나하나와, 조직과, 음영과 뉘앙스에서 정말 배어 있느냐 아니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
엄격하게 하면 많지 않아. 진짜라는 것 말이야.
말 속에 배어 있어야 하는데....숨겨져 있는, 육체적이라고 할 만큼 살아 있는 언어의 결, 켜라고 할지, 그런
섬세 미묘한 뭄직임이 다 합해서 한꺼번에 와요. 느김이 오죠. 술 익는 듯 익어서 나오는 것이고, 우러나오는 것이기도 하고, 우려내진 것이기도 하고.....여러 예를 들 수 있겠으나 가령 사랑에 대해 시를 썼다고 할 때
그것이 인류애에 관한 것이든 연애에 관한 것이든 말이야.
연애시는 연애를 해봐야 좋은게 나오는 거거든...도돝한 이야기를 쓴다 할 때도 감동을 주려면 그 사람의
삶 자체가 그런 삶이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해요. 말은 그럴 듯 하게 하는 듯해도 실제 삶과 인품이 멀다 하면
그게 가짜거든요.
우리의 감정이나 생각이 그야말로 자기 것, 자기의 살이 되고 피가 됐느냐, 외적 내적 체험이 살이 되고
피가 된 이후에 쓰인 글이나 구절이야 하고 따지는 것이지.
흐름이 아무리 바뀌어도 영원히 바귀지 않는 척도지. 익어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지.
단 한 편을 쓰더라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자유'에 대해 쓰려면 그사람 영혼 자체가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지. 말과 삶의 거리가 멀지 않을수록
좋지 않을까. 언행일치는 인간에게 힘든 일이지만, 시는 그렇다는 거요.
예술의 진정성은 그곳에서 나오는게 아닌가.
젊은 비평가 중 '진정성'을 낡은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오해요.
진정성이 없는 아방가르드, 새로운 실험은 금방 잊혀집니다. 이상 李箱을 봅시다. 그 장난과 제스처가,
거기 들어 있는 뭔가가 질질 자는 정신이 아니라, 그곳에 시대와 개인의 고통이 들어 있고, 도 진지하게
대결했기에 이상인 것이요. 요새 전위적인 시들이 얼마나 또 몇 사람이나 남을지 모르겠어요.
진정성은 시대가 바뀌어도 가치가 없어지는게 아닙니다.
예술이라면, 그러니까 미술도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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