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렸던글

요즘 천천히 읽고 있는 <선시감상> 중에서...!

freestyle_자유인 2005. 10. 13. 23:24

마음이(?) 머릿속이 산란할땐 시가 좋다.
특히 요즘은 시조가 가슴 깊이 와닿는다.

동양화에 먹의 번짐처럼!

느리지만 진하게 가슴에 전해지는 까닭에!

많은 말을 아끼는 것은-
동양화에서 느끼는 여백의 미와 같다고 할까?

아래 시는 얼마전 일기에 - 나의 마음을 다잡는 심정을 물로 표현했던 글과 그 내용? 생각이 너무도 일치하는것 같아 올려본다.

(가체 형식의 백운화상어록에서 발췌한 선시로 마음의 천변만화하는 작용을 읊은 시다.)



- 무심의 노래 (無心歌) -

흰구름은 조용히 일었다 사라져 가고
물은 흘러 큰 바다로 드네


물은 곧은 곳에선 곧게 흐르고 굽은 곳에선 굽게 흐르네
구름은 또 저절로 감겼다 저절로 풀리나니
여기 어찌 좋고 싫은 감정이 끼여들겠는가


만물은 이렇듯 본래 고요하나니
'나는 푸르다 나는 누렇다' 주장하지 않건만
사람들이 여기 좋고 싫은 마음 내어 혼란을 일으키네


그 마음 구름 같고 물 같다면야
이 세상 살아가기 종횡무진이리니
굳이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면 좋고 싫음이 어찌 있으리


어리석은 이는 경계를 버리고 마음은 버리지 않지만
지혜 있는 이는 마음을 버리고 경계는 버리지 않네


마음이 비게 되면 경계 또한 고요해지고
경계가 바람 자면 마음 또한 고요하리니
이것이 바로 '무심의 경지'네.

                                                                                                                                  2003.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