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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일 촛불시위 다녀왔다.

freestyle_자유인 2008. 6. 11. 01:55

딸내미는 촛불시위 초반에 참가를 했었다.

그때 나는 가지말라 했다.

왜 냐고 물었다.

너 아니더라도 갈 사람 많고 너희가 갈게 아니고 어른들이 갈거라고...!

그때 난 가지 않았다.

딸내미가 말했다.

그러면 엄마는 앞으로 정치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한방 먹었다. 솔직히 창피했다.

 

그 후로도 난 가지 않았다.

중간에 왠지 유행같은 흐름이라 생각했고...시위가 계속 되면서는 발목 다친 핑게를 댔다.

사실 발목 다쳐 2주 연속 침 맞으러 다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 머릿속엔 괜히 나갔다가(예전 시위 양상을 생각해서) 전경들과 맞부닥치면, 도망치다가 다리를

다치거나 또 더나아가서 닭장차에 갇히기라도 한다면...의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핑계를 대도록 만들었다.

 

물론 주말에 회의가 있었지만, 2주 연속 주말이면 성당 친구들, 초등 동창들을 만났다.

내가 맘 편히 시위에 나갈 수 있는 주말을 그렇게 보냈다.

술 마시면서도 머릿속으로 시청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도 그냥 분위기 속으로 날 몰았다.

 

오늘 아이들 가르치는데, 같이 문화기획하던 후배가 전화를 걸었다.

언니 오늘 안 나가실 거냐고?

나도 오늘이 6.10일인것을 느꼈으면서도...잠시 잊고 있었다.

오늘 밤까지 수업이 있다는 핑게를 댔는데, 저녁 과외시 또 전화가 왔다.

그래 어차피 계속 양심에 걸려 할거라면 그냥...오늘 나가자고 마음 정했다.

식사라곤 아침 한끼 그래서 급히 밥을 먹고 시청 앞에 나가니 9시반경.

 

후배를 만나 시위대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TV에서 보여주는 과격시위 화면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현장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 장치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빠를 따라 나온 꼬마들이 이명박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고, 그보다 어린 꼬마 아이는 아빠의 어깨에

걸터 앉아 태극기를 흔들었으며 노인, 중년의 부부, 젊은 부부,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예전에 6.10일 거리로

나왔음직한 직장인들도 모두들 함께 했다.

 

청와대와 연결된 길은 모두 차단.

시청앞으로 해서 광화문에서 서소문과 종로 방면으로 시위대가 갈라지고,

서대문에서 다시 방향을 틀어 서소문....시청으로 다시 모였다.

 

동아 일보&조선일보를 지날때는 조.중.동& 동아일보 폐간하라고 외쳤고,

경찰청 앞을 지날때는 어청수 물러나라고 외쳤으며, 중앙일보 앞을 지날때는 중아일보 폐간하라고

다함께 목정껏 외쳤다. 어느새 내 목소리도 (손을 입 앞으로 가져다 대고) 소리가 커졋고, 그리곤 군중들을

리드 하듯  선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렇게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은 계층 구별 없이...각 대학, 직장 단체, 종교단체 남녀 노소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거리로 나온것이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구호 글귀도 명쾌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그 모든 구호를 대표하는 것은 "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 나온 "대한미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라는 노래였던 것 같다.

 

 

 

사실....양심에 많이 걸렸었다!

대학때 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싶어했고...세월이 지나 30이 넘고 40이 넘어서 삶에 부딛칠때면

자기 자신의 삶도 관리 못하는 내가 무슨 그런 거창한 생각까지 했는가 하는 자괴감도 느꼈다.

 

그러나 요즘 난 내 역량이 커져서 큰 일을 하고 그 여파가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길 꿈꾸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작은 것부터 실천하겠다는 것으로 그 출발을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조용히 실천 하는것!)

 

가슴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

그리고 그 느낌대로 실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

 

아무리 좋은 생각 좋은 말고 실천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것.

 

한참의 망설임을 뒤로 할 수 있고 날 불러준 후배에게 고마웠다.

적어도 조금의 양심은 되찾았다는것.

 

 

 

과외 가르치는 집 엄마 가 수업 끝날 때 아사히 맥주 한팩을 마시라고 줬다.

시위 끝내고 자정이 넘어 들어와 아사히 맥주를 마시며 글 올린다.

 

시대와 역사는 흐르고 국민은 앞서 가는데...그에 역행하는 정치인들이 답답하기만 하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양심을 속이고 권력에 아부하는 인간들이 불쌍하다는 생각.

 

대단한 것도 아닌것에 나서기도 이렇게 두려워 하는데 정말 목에 칼이 들어올때도 난 바른 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뒤 돌아봐도 갈등은 했을지언정 양심을 속인적은 없었다.

그렇게 살자. 적어도 자신을 속이면서는 살지 말지고...!

 

 

                                                                                                     2008.6.11/PM1:55

*시청 앞에서 내려 시위대로 들어가는 순간.

*고시철폐 협상무효를 외치는 사람들.

*프랭카드도 사람들이 들고 있는 작은 극귀도 국민의 마음이 명쾌하게 담겨 있어 놀라웠다.

*광화문을 향해 걸어가는 중간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동아일보 앞에서는 동아일보 폐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재밌다. 전광판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는 마치 초중등 생들이 카메라에 열광하듯 환호하는 모습이

 사실 조금 낯설었다.

*왜 이리 카피 실력들이 좋은 지! 그 위트 감각! 광화뭄에서 서소문 이르는 길에 길게 촛불로 길을 만들고

그 사이에 이런 작은 프랭카드(?) 글 귀들을 늘어 놓은 모습. 작은 퍼포먼스 큰 의미!

*이런 모습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텐데...! 국민과 정치가는 왜 이리도 다른지....!

*내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가슴에 손을 얹는....! 우리나라 대통령인지 미국 시민인지 모를...이 어이 없는 행태!

* 이 인파는 일부에 불과 하다. 중고등 학생들이 먼저 나서고 일반 시만들이 나서고...조금 늦긴 했지만

대학생들이 겋리로 나섰다. 집 방향과 시위대를 맞추다 보니...연대, 서강대(그리고 아주 조금 이대와 숙대)

시위대들과 함께 걷게 됐다.

*발목 때문에 이렇게 압박 붕대를 감사고 나갔다.

사실 예전 6.10때 생각 해서 마스크와 랩까지 챙겨 나갔다. 다 필요 없는 거긴 했지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