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에 빠지고 길 잃으며 ‘또 다른 나’를 찾아 떠나는 오지여행
이들이 오지에 계속 빠져드는 한 4륜구동 차량은 이들에게 ‘종교’다. 운전석에서 보이는 넓고 시원한 시야, 험한 길을 통과 할 때 느끼는 쾌감, 승용차에 비해 튼튼한 프레임과 보디가 주는 안전함,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회원들은 4륜구동 차량의 광신도가 돼버렸다.
98년부터 4륜구동 차량을 몰기 시작한 박순제씨(29·『ARK™』)는 서슴지 않고 차를 ‘친구’라고 말하며 한없는 친밀감을 표현한다.
“나와 한몸이 되어 어디든 같이갈 때, 위험한 곳이나 어려운 곳을 함께 통과해냈을 때, 오지에서 둘이서 함께 밤을 지샐 때 차는 이렇게 늘 나와 함께하는 좋은 친구죠. 비오는 날 차 천장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음악과 함께 신명을 내기도 하는 차. 차는 정말 내가 믿을 수 있는 좋은 친구라고 말하고 싶네요. 친구는 바로 ‘믿음’ 그 자체잖아요.”
회원들이 4륜구동 차량에 관심이 많은 만큼 다들 전문가를 자처한다. 따라서 여행 정보에 대한 공유 못지않게 차에 대한 정보 공유도 짜임새 있게 이루어진다. 회원 게시판 ‘구루마 관리는’ ‘모빌 튜닝 관리 Q&A’를 클릭하면 회원들이 실제 경험에서 얻은 4륜구동 차량의 관리, 정비, 튜닝(부분 개조) 등 각종 유용한 정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혼자 주행하다 구덩이에 빠졌다면. ㅋㅋ 참 난감하다. 이건 안 알려주려고 했는데. ㅜ.ㅜ 뒤 타이어 바람을 뺀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한쪽 바퀴의 공기를 뺀 후 거기에 줄을 두 바퀴 정도 감고 줄의 한쪽 끝을 나무나 커다란 바위에 묶고 천천히 후진하면 바퀴가 윈치의 역할을 하며 탈출할 수 있다. 탈출한 후 스페어로 타이어를 교환하면 끝.’ -참이슬따라
반드시 4륜구동 차량을 갖고 있어야 오지사랑 회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맨발’이어도 오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주부 ***씨(39·자유인)는 오지사랑 정기투어링을 떠날 때 회원들의 차 조수석을 얻어 탄다.
“나이 들어가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자꾸 망설여지잖아요. 그런데 그럴수록 자꾸 새로운 상황에 부딪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집에서는 누구의 엄마, 누구의 부인이지만 여행지에선 ‘또 다른 나’와 만날 수 있어 좋아요. 특히 오지여행에서 회원들과 함께 고생하고 어려움을 극복해냈을 때 거기서 느끼는 쾌감과 인간적인 유대감은 정말 말로 표현 못하죠.”
한미주씨는 주부 회원 가운데 가장 열심히 정기투어링에 참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인터넷 게시판에 빼놓지 않고 후기를 올리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가 생기 넘치는 글솜씨로 여행 후기를 전하면, 비록 정기투어링에 빠진 회원일지라도 그의 글을 읽고 여행 못 간 아쉬움을 달랜다고 한다.
‘오두기령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간 코스 맑고 깨끗한 계곡이 아주 기억에 남네요! 특히 이번에는 처녀림 같은 곳을 많이 지나가서 신선하고 향긋한 풀 냄새도 맡을 수 있어서 좋았고요. 특이하게(본의는 아니었지만) 몇 군데 군부대를 차례로 순시해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얼마동안은 숲에서 받은 기로 버텨나갈 수 있을 거예요(언제 약효가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답답한 성냥곽 안에서 휴일을 보내기보다는 탁! 트인 자연으로 달려가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자유인
그런가 하면 부부가 동시에 오지사랑에 푹 빠진 경우도 있다. 강병철씨(26·설국) 부부가 그런 케이스.
“지난 8월에 아내랑 함께 서해안 여행에 참여했는데요. 취미생활을 같이하니까 얘깃거리도 많아지고, 아내의 경우 결혼 후에도 대인관계를 넓힐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날 여행 이후 매일 저녁 아내랑 오지사랑 사이트에 접속해 함께 글을 읽는 시간이 일과가 돼버렸어요.”
주 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서 오지사랑 회원들의 운전대도 더욱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다. 4륜구동 네 바퀴에 실린 ‘자유’와 ‘일탈’은 삶을 또 다른 각도로 뒤집어보게 만들어서일까. 오늘도 오지사랑 게시판에는 새로운 일탈을 꿈꾸는 회원들의 모의가 한창 진행중이다. 새털처럼 많은 일상을 더욱 치열하게 견뎌내려고 말이다.
‘여행 6일째 마지막 날.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보신 분은 알겠지만 곧은 길이라 잠이 오기 마련이죠. 하지만 서해대교의 경치. 안개 속을 달리는 그 맛! 여행의 마지막은 이런가 봅니다. 아쉬움, 그리고 막연한 기대감. 기나긴 터널을 지나 잃어버렸던 나의 마음을 다시 찾은 느낌이랄까요? 안산 방면. 서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차가 막히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서울입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나의 생업 속으로. 그리고, 치열한 삶 속으로 들어가겠지요.’ -『ARK™』
출처 : 여성동아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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