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남은 책 & 영상...!

강정의 <나쁜 취향>

freestyle_자유인 2008. 3. 5. 03:25
 

*글을 옮기는 이유:

 언어적 감각이 탁월한건지...화려한 미사 여구에 지나지 않는 건지...?

사물이나 현상...을 표현하는 방식이 미려하다고나 할까...?

 

<차례>- 간략히..!

 

 1.전인권

  "가난한 걸 즐기고 살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5백원을 가지고 있어도 지금 당장의 상황에

   충실하면서 허깨비들이랑 어울리지 않고 자기 마음만 다지면 세상은 자기편이 되거든요......

   난 살면서 마음을 딱 잡고 있으면 서서히 몸이 뜨거워지면서 돈이 들어온다는 걸 경험으로

  알아요.

 

 2.수전 손택

  우리의 의식에 지적인 희열을 주는 것, 바로 그것이야말로 예술이 주는 도덕적 쾌감이자 예술이

   행하는 도덕적 역할이다."

 

 3.한대수

   인간의 신념이나 사랑에도유통 기한이 존재 한다면 그 신념과 사랑을 북돋워주는 특정한 대상

   이나  인물 역시 언젠가는 용도페기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4.3호선 버터 플라이

 

 5.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는 내게는 일종의 임사체험과도 같다.

    인간의 영혼이 거칠고 황페할수록 그를 둘러싼 세계의 풍경은 감춰진 정수를 내뿜으며 방만

    하게 융성한다.

    비극을 고무하는 풍경 앞에서 인간의 절규는 한낱 새의 지저귐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자연음

    에 불과하다.  

 

    잔혹함이 그가 세상을 견디는 방식이라면 연민은 그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감정이란 삭이면 삭일수록 더더욱 진실에 가까워진다.

 

 6.라인홀트 메스너

  세게 최초로 히말라야 8천 미터급 14좌를 완등한 것으로 유명한 라인홀트 메스너

 

 최소한의 생존 장비만을 가지고 거대한 자연에 도전한다는 건 자신의 삶을 죽음에 최대한

 밀착시킴으로써 자연의 극한과 삶의 극한을 동시에 체험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자기 필연성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벤 폴즈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I' m not tired'를 나직이 반복한다.

'I' m not tired '가 각기 다른 어조 다른 질감 다른 정조들이 한 덩이로 뭉친 결정의 소리라는 걸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건 관광엽서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가공된 아름다움 속이 아닌

삶의 가장 혼란스럽고 나약한 지점에 거 비로소 죽음을 초극한 자가 내뱉는 유일무이한 울림이다.

그 울림은 삶을 향한 갈구인 동시에 죽음을 긍정하는 순간에 문득 내뱉게 되는 정신의

방언과도 같다.

 

중요한 건 누구든 자기만의 '비공식적 전기'를 아름답게 써나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건 가장 어려운 길을 택해 가장 단순하고 솔직한 자기 자신을 만나러 가는 일이다.

 

 7.다시듣는 민중가요(안치환)

 

 8.시인들의 산문

  칠순을 훨씬 넘긴 시인 허만하는 시의 수맥을 길에서 찾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길과 길이 만나는 곳. 하난의 풍경이 다른 풍경과 겹쳐지는 시간의 중첩지대

 에서 시를 발견한다....

 반면에 시인 이성복은 사진 에세이 <오름 오르다>에서 풍경 속에 담긴 "숨은 그림을 회임할 수

 있는  남다른 개방성과 수용성"을 가진 자를 예술가 또는 시인이라 정의한다.

 

 9.나를 끌리게 한 두 시인

 정남석-<철갑 고래 뱃속에서> / 김민정-<날으는 고슴도치>

 

10.쌍깃 프렌즈와 허만하의 시

  쌍깃 프랜즈는 한국과 인도의 연주자들이 각자의 민속적 요소를 최대한 살린 즉흥 앙상블을

  기본으로 하는 월드뮤직이다. 가야금과 아쟁 등이 가세하는데, 흔히들 명상 음악이라 부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스크리트어 '라가'는 색채, 정열, 욕망, 환희, 애정, 성교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라가는 이러한 인간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선율형 을 가진 선법네서 비롯된 음악으로 우주

 에너지의 변화를 의미하는'나다'를 근본으로 한다.

  동일한 모티브를 따르더라도 연주의 패턴이나 양식은 연주 때마다 판이하게 달라진다.

 

 라가는 매 순간 다시 태어나고 사라지는 음악인 셈이다.

 

쌍깃 프렌즈의 <아유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비 허황후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된 음반이다....2천년 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즉흥연주...레코딩된 음반을

반복해서 들어도 들을 때마다 다른 느낌.

 

이건 허만하 시인이 "색이 없는 물은 투명한 껍질을 포개고 또 포개어 거울의 깊이를 만들고 말이

없다."고 응시한 물의 성상과 일치하는 감흥이다. 스스로 '거울의 깊이를 만들'며 아무것도 설명

하지 않는 물의 운동........흔히 '무아지견'이라 일컫는 그 지점을 통과해 나온 후에 비로소 만저

지는 시간은 자아가 있었다는 흔적만으로 파동치는 텅 빈 바람의 몸짓에 불과하다.

 

                                                          -닐 영 노래,<Thrasher>4절 중에서-

 

그는 여전히 젊지만, 마치 물가에 앉으면 흐르는 물소리가 되고 숲 속에 있으면 나무 한 그루가

되는 언어 이전의 삶을 터득해버렸다.

 

11.스밀라와 금자씨

 

12,장국영의 자살에 대한 짧은 생각

 

13.장선우

 

14.어느 섹스 노동자의 소박한 내면 일기

 

15.파솔리니

 

16.파스칼 브뤼크네르

 

17.여름에 읽을 만한 프랑스 소설들

 

18.누가 고양이를 학살하려 하는가?

 

19.다시 읽어볼 만한 SF 고전들

 

20.김지하의 흰그늘 과 블랙사바스

 

21.랭보

 

22.디자인과 마야코프스키

 독거와 은둔이 가능하고, 그럴수록 자기 집중도가 높아지는 순수 예술가들에 비해 디자이너들은

  세상의 다양한 사안과 현상들에 자신의 감수성을 투영할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유희가 노동이 되거 노동이 유희가 된다는, 철 지난 유토피아 버전이었다.

 

 작금의 예술에 있어 지켜야 할 순수가 있다면 단지 하나의 유쾌한 고집, 즉 자신의 재능과 능력에

 '올인'하여 삶을 전투적인 아름다움으로 재량껏 '디자인'하는 데 있을 것이다.

 

디자인은 세상과 자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지적.예술적 마인드인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유뮤형의 질서 체계에 반응하는 감성의 첨단 영역이다.

 

23.브링크만의 시세계

  그는 말을 하기 위해 시를 쓰는게 아니라 터져나오려는 말과 감정들을 탈거시키기 위해 언어를

   이용한다.

 

  한 처녀/ 검정색/스타킹을/신은/그녀가/양말 올 하나 풀리지 않고/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름답다./ 그녀의 그림자/ 거리 위에/그녀의 그림자/담가에./그녀가/차마/밑에까지/

  올 하나 풀리지 않은/ 검정색/스타킹/신고 가는 것은/ 아름답다.

 

                                                                                                -<단순한 그림> 전문-

 

24.빅또르 쪼이

 

25.빌헬름 라이히

 

26.다이안 아버스의 사진들

 

27.닐 영

서부 개척민의 방랑벽과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자유로운 정신과 타인에 대한 천형과도 같은

연민을 한 몸에 품은 채 일 영은 도무지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다만 이렇게 노래한다.

 

나는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내 신용카드를 태워 연료로 쓰고 /진실의 대지를 향한 편도표와 가방을 손에 든 채/보도블록이 모래가 되는 곳을 향해 떠났다/내 친구들은 모두 나를 떠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28.앙드레 케르테츠의 사진과 닉 드레이크의 노래(흑백의 존재론)

흑백은 모든 색을 탈거시키는 동시에 포괄한다. 흑백으로 재현된 풍경은 일견 심들렁하고 심심해

보이지만 들여다 볼수록 온갖 다양한 감정과 심상이 물 밑의 움직임처럼 드러나지 않은 채,

잔잔하게 고여 있다. 때문에 아무리 범상하고 고요한 장면이더라도 오래 바라보면 볼수록 낯설고

기이한 소리들로 가득 차 있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흑백은 천천히 다가와 은은한 파문처럼 마음에 새겨지는 음악 소리를 닮았다.

그것은 보는 이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명처럼 떠돌다가 불현듯 마음의 깊은 바닥에 까려 있는

시간의 잔해들을 일으켜 세운다. 전혀 다른 시공 속의 풍경이 낡은 시간의 잔해들을 일으켜

세운다. 전혀 다른 시공 속의 풍경이 낡은 시간의 켜들을 허물어 드리며 그려내는 마음의 절경들.

흑백은 사물의 그림자이자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그림자이다.

아울러 흑백은 죽은 시간의 현현이다. 흑백은 시간을 고정시키는 동시에 흘려보낸다....

그 잠정적인 현재는 그러나 과거를 미래로, 미래를 다시 과거로 되돌려 보내는 시간의 중첩지대일 뿐, 어떤 사물도 그 자체로 완전한 시간을 갖지 못한다. 미동도 없이, 고체로 얼어붙은 듯한 풍경은 사실, 끝없이 흐르는 유체에서 일순간 포획된 물고기처럼 흑백의 그물 속에서 또 다른 생명력을 갖게 된다. 그럴 때, 흑백은 사물 속에 담겨 있는 숨은 시간을 풀어내는 열쇠와도 같다. 그런데 그 열쇠가 끼워 맞춰지는 어두운 구멍은 수시로 그 형태를 변화 시킨다.

 

사물에 눈을 드게 만든 앙드레 케르테츠는 흑백을 통해 일상 속에 숨어 닜는 내성 깊은 음악을

연주해낸다.

 

마치 전혀 알지 못하는 어느 공간에서 현재가 아닌 다른 시간대를 직접 겪은 듯한 먹먹한 느낌이 낮고 단조로운 소리의 반복구를 통해 드러난다.

그걸 경험하는 건 흑백 사진 특유의 추상화 기능이 마음속에 숨은 현들을 건드려 오랫동안 갇혀

있던 내면의 새들을 꺼내게 하는 과정과도 같다....만유 인력의 억압으로부터 살짝 비껴선 듯

기벼우면서도 중후하게 비상하는 그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폐곡선을 그리며 복잡다단한 감정의

선들을 유려하게 펼쳐 보인다.

 

29.사파티스타 부사령관 마르코스

 

무장봉기 초창기인 1995년경에 씌여진 짧막한 글이다.

 

뒷면에 조각 하면, 거울은 더 이상 거울이 아니라 유리가 됩니다.

 

거울이 이쪽을 보기 위한 거라면, 유리는 저쪽을 보기 위한 것입니다.

 

거울은 동판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유리는 깨뜨릴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저쪽으로 건너가기 위해.....

 

 

기적과 신화라는 거울 속 허상을 깨뜨리고 '저쪽'의 진실을 '이쪽'으로 옮겨다 놓는 것. 마르코스

신화가 아닌, 역설적으로 현존하는 수많은 당신들의 진정한 가면인지도 모른다.

 

30.스타니슬라프스키와 리 스트라스버스

(삶의 총체적 자각과 열정으로서의 '메소드 연기')

 

삶의 무대란, 그리고 발현되지 못한 자아란 그렇게 호락호락학한게 아니다.

숨겨져 있는 감정의 소리는 부지불식 삶의 기반을 흔들며 내 몸이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이라고

외친다.

 

그 외침이 솟아나오는 내 몸의 어느 한 지점엔 죽음이 아니라면 되돌릴 수 없는 진정한 나 자신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감정이 발생할 때 이루어지는 한 사람의 행동과 목소리와 말투는 오랜 시간 누적된 유체의 관성적 반응에 의해 통합적으로 형성되게 마련이다. 배우란 바로 그 특정한 태도의 관성을 무시로 개뜨려 일상과는 다른 말투와 다른 태도를 창조해내는 사람이다.

 

리 스트라스버그가 가장 중요하게 가장한 두 가지 요소는 '뛰어난 감수선'과 '탁월한 사고력'이다.

 

31.미시마 유키오와 박상룡

 박상륭은 토막난 도마뱀의 몸처럼 거듭거듭 자신의 문장을 베어내고 소생시킨다.

그것은 고매한 신성을 엄청난 야성의 힘을 통해 역추진시키는 바상륭 글스기의 기본 동력이다.

그건 흡사 한 몸을 벗고 또 다른 몸을 입는 우주적 반복의 투사체와도 같다. 그리하여 상승과 침참과 회생과 죽음을 반복하는 삶의 본원적 리듬을 문자화한다.

 

유약한 체력의 미시마 유키오가 근육질의 쾌남아로 변했듯이 실제로 몸의 형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삶의 내용을 바구는 첩경이자 지리멸렬한 삶을 미지로 변화시키는 전면적인

사상의 개화로 이어진다. ...자신을 변화 시키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진다.

 

32.로베르 브레송

브레송은 영상을 단어첢 취급하고 배열한다.

예술은 오히려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비껴감으로써 숨어 있는 아름다움의 뿌리를 만지게 하는

과정 자체에 진정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 ...예쇼ㅜㄹ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는것'이다.

 

33.앙토네 아르토

아르토는 고흐의 그림을 다시 보며 고흐가 가지고 있는 명징한 눈과 소용돌이치는 내면의

열기를 정확히 간파함으로써 그 강렬한 내면의 일기를 정확히 간파하므으로써 그 강렬한 내면의

힘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진정한 문화란, 열광과 힘에 의해 움직이는 것

 

34.앤디 워홀

 

35.옥타비오 파스의 <활과 리라>

 "시는앎이고 구원이고 힘이고 포기이다. 시의 기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시적 행위는

 본래 혁명적인 것이지만 정신수련으로서 내면적 해방의 방법이기도 하다.

  시는 이 세게를 드러내면서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시는 선택받은 자들의 빵이자 저주받은 양식이다. 시는 격리시키면서 결합시킨다.

  시는 여행에의 초대이자 귀향이다. 시는 들숨이며 근육운동이다.

 

 불현듯 스스로에 대해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대개의 경우 그 의문은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반성적 자각의 시발이 된다....대답마저 불분명하지만, 그럼으로써 낯설게 되돌아보는 자신이 문득 멈춰버린 시게추처럼 일순간 명징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설령 지금의 삶이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스스로를 분명하게 감지하게 되는 그 순간만큼은 잘못 살고 있는 그대로 온전한 자기 자신의 삶이된다. 그건 세간의 옳고 그름이나 미추(美醜)판단을 잠간 동안이나마 초원하여 그 누구 보다도 독립적으로 자기 자신을 헤아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건 일종의 심리적 해방구이자 흔치 않은 영적 감화가 발생하는 자아의 사원과도 같다.

그 상태로 펼쳐보게 되는어던이의 책 속엔 그누구도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듯 여겨진다. 이러한 심리적 이완과 이율배반적인 자기도취를 감히 명명컨대, '신선한 착각'이라고 부른다. <활과 리라>는 지식의 첨단을 지향하기보다는 모든 지식의 총화를 통해 궁극의 지적 백지 상태에서 자연발생하는 시의 그림자를 시종일관 좇는다.

 

 

36.이소룡

 '무슨 무슨 세대'란 말은 결국 자신의 경험을 과거화하고 전형화함으로써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방편이다. 그건 결과적으로 '성장'과 관련한 자기 증명으로 통용되거나 이후 삶에 대한 문화적

알리바이로 작용하게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할지 에측할 수 없는나 자신의 엄밀하게

물질적인 현재성에 주목하는 걸 더 좋아한다. '이력서'화된 개인의 역사보다믐 자꾸만 다른 것이

되고자 하는 현재의 불확실성과 에측못할 스스로에 대한 전복성이 내겐 더 유혹적인 것이다.

단순한 무술교본을 넘어 들뢰즈와 비트겐슈타인이 꽂혀있는...

 

37.장정일

 

한 작가의 문화적 기원을 A급이 아니라 B급으로 훔쳐보는 보는 간텍스트적인 관음 욕구에서 출발한다. 이런 관음적 욕구는 일차적으로는 독자를 유혹하지만, 스스로의 숨은 욕망을 '실크컨튼'

너머로 은근슬적 내비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작가 자신의 노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38.젊은 바퀴벌레 시인들의 은밀한 사생활

시를 역설적으로 짚자면 '참혹한 유희와 즐거운 고뇌로서의 모험'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민하의 시집 <환상수족>에선...

 

사진을 찍었다 필름을 화분에 심었다. 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화분을 내놓았다. 화분 속에서

주렁주렁 사진들이 익어갔다.

너무 익은 사진은 바닥에 덜어져 짓물렀다. 방안 가득 단물이 고였다.

물컹 물컨 사진들이 내 발목을 핥았다. 한 달 전에도 사진을 찍었다. 어제도 찍었다.

난간에 매달려 찍었다 화분에서 흘러넘친 필름은 창을 향해 넝쿨처럼 뻗었다.

 

                                                                        이미하<사진 놀이> 중에서-

 

39.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그 증언이 경직된 주장이나 열렬한 호소가 아닌, 크고 깊은 시선과 오래도록 곰삭은 체온으로

인화해낸 삶의 보편적 진실레 대한 객관적 증거물이란 점에서....둥그런 우물 속에 '내'가 아니라

' 세계'가 들어차게 한다.

 

40.파울로 솔레리의 '아르코산티'

 

파울로 솔레리가 미국 애리조나 고지의 현무암 사막지대에 설게한 아르코 산티(Arcolsanti)는

바로 그러한 상상력과 노력의 산물이다.

 

아르코산티는 건축과 생태학의 합성어 아르콜로지(Arcology)와 도시를 뜻하는 코산티(Cosanti)를 합친 말로, 완전한 환경 도시를 뜻한다. 솔레리는 자신이 가진 모든 건축적 역량과 철학적 신념을 애리조나의 사막에 투여했다. 거친 사막을 일구어 하나의 거대한 숲처럼 유기적으로 살아 숨쉬는 도시를 창조하는 것이 그가 가진 궁극의 목표이다...."우리는 인간을 다시 찾아야 한다.생태와 자연, 우주의 본질적 법칙들이 교차라는 선들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르코르뷔지...그으이 건축에 영향을 준...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라이트의 건축적 신념은 "소형화의 범주와 복잡화의 범주 사이에는 총체적인 관련성이 있으며...솔레리의 미래 도시 개념의 핵심은 복잡성과 유기체성이다.

 

그곳에선 소위 도시적 요소라 여겨지던 교육과 문화, 생산, 서비스, 놀이 등을 자연 상태의 시골에서 자유롭게 공유하게 한다.

 

솔레리가 수천 장의 종이 위에 스케치한 다양한 미래 도시 형태-바다 위 도시, 다리 위에 매달린 도시, 지구 밖 우주 공간에 더 있는 도시 등...

 

41.허수경과 비욕

록이나 재즈, 테크노나 발라드 등 포착되지 않은 장르를 섭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장르에도

명확히 포착되지 않는 음악적 양식은...비욕을 비욕답게 하는 건 요정의 부름 같기도 하고 성난

마녀의 울음 소리 같기도 한 그녀의 움색이다.

 

비욕이 2001년도 앨범<Vespertine> 에서 표현해낸 은밀하고도 스산한 감각적 풍광들을 연상케 한다. 그레고리안 성가의 웅장함과 아리아풍의 평화로움이 공존하는 그 앨범은 부드러우면서도 날이 선 듯한 현악연주 위에 얹히는 비욕의 신비스런 목소리로 현실의 상처를 천상의 어루만짐

으로 치유 받고자 하는 영혼의 수난극을 표현하고 있다.

 

비욕의 목소리는 상처입은 새끼 짐승을 보듬는 대모신의 손길처럼 분명한 체온을 담고 있다.

 

이 시대의 모신(母神)을 표상한다.

근동의 사막을 헤집으며 영혼의 씨앗과 잔해를 더듬는 한 동양 여성과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극지에서 외계인의 발성을 토해내는 한 서양 여성이 만나는 건 전혀 생뚱맞은 일이 아니다.

 

 

 

42.인디밴드 'The one Night Trio'

 "기본적으로 연주자이게 우선시 되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에요.

음악적으로 그것을 리스폰tm(response)라 부르는데,...음악은 창조자의 독자적인 창조물이 아닌, 창조된 것들이 다시 창조한 자를 내습,불륜의 결과물을 반복 생성시키는 우주적 근친상간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 근친상간은 하룻밤에 쌓아올린 만리장성과도 같다.

 

홍대 근처 '무경계 팽창 에너지'라는 클럽...

 

43.핑크 플로이드

 

 

강정의 나쁜 취향 - 문화, 낯설게 보기
-문화 전반을 가로지르는 그의 ‘끗발’나는 ‘글발’이 탐난다!


한국일보 화제의 연재물이었던 시인 강정의 문화 낯설게 보기 ‘나쁜 취향’을 책으로 묶어낸다.

그간 두 권의 시집 『처형 극장』『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과 문화비평집 『루트와 코드』를

낸 바 있는 시인에게 이번 산문집은 다양한 문화 전반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치열한 삶에 대한 증거이기도 한데, 1992년 시인으로 데뷔했으니까 올해로 시력 15년 차, 그러나 나이는 고작해야(?) 서른다섯이니 아직 젊지 않은가 하여 ‘나쁜 취향’의 발열량은 꽤 높은 온도를 자랑한다.


지난 2005년 1월부터 2006년 2월까지 근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일보의 지면 한 쪽을 통째로 장악했던 그의 예민한 촉수는 문학, 영화, 음악, 사진, 건축 등 전 방위로 뻗어 있었던 바, 예술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이라면 욕심을 낼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추천사를 쓴 영화감독 정지우의 말처럼 예술의 아주 특별한 가이드로서의 본분에 특히나 충실한 강정의 이번 산문집은 무엇보다 힘이 넘치면서도 섬세하고, 꺾일 듯하면서도 휘어지는 그의 문체가 더더욱 빛을 발하는데 이는 그가 직접 지은 제목 ‘나쁨’ 의 연유를 따라가 보면 그 이해가 한결 쉬울 것이다. (“수전 손택이 말한 ‘나쁜 취향’의 그 ‘나쁨’은 사회적으로 나쁜 감수성을 유포하는 문화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잘 모르거나(unknown), 잘 언급되지 않는(unmentioned) 문화를 포용하는 의미입니다. 그것은 도덕적인 판단을 벗어나 새로운 미학을 발견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오스카 와일드도 ‘사람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매혹적인 사람과 무료한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지 않습니까.”)


총 43꼭지의 주제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을 정도로 꽉 짜인 이론에다 잡스러운 해박함은 그의 글을 처음으로 대한 이들에게 조금 놀람의 여지로, 그래서 조금 주눅의 여지로, 그러다가 조금 뒷걸음질의 여지로 어쩌면 낯설게 밀쳐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매력이 예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도 곧 알게 되지 않을까. 예술에 있어 질투만큼 아름다운 자극은 없을 테니까. 음반가게로, 서점으로, 전시장으로, 콘서트홀로 사람들이 북적대며 모이는 이유, 나는 금기처럼, 속살처럼 붉은 이 책에서 찾는다.

본문중에서

여름의 끝에 두 여자를 만났다. 더없이 사랑스러우나 사랑할 수 없어서 아름답고, 아름다우나

아름다움만으로는 존재의 절반도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그녀들. 냉방병에 시달리며 분별

없이 쿨럭거리던 내게 서늘한 바람처럼 불어와 뻑적지근한 문명의 열병을 다소곳이 식혀준, 자연

냉각수 같은 그녀들.

우연히, 한꺼번에 조우하게 된 그녀들 덕분에 무기력하게 보낸 지난 여름이 갑자기 의미심장해

진다. 아름다운 여인이란 그런 존재다. 가장 극렬하게 세상과 맞서면서도 절정의 한순간 세상의

복판에서 살짝 비껴서 한없이 공허해진 눈빛만 아롱아롱 반짝이는 순한 야수성의 현현.


그녀들은 인간의 가혹한 정념 한가운데서 비로소 자신의 아름다움을 빛내지만, 그 아름다움의

진원지를 돌아보면 그녀들은 늘 세상의 외곽에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 새끼처럼 머물러 있다.

우리가 냄새 맡는 아름다움은 그 작은 외곽에서 흘러와 거대한 중심을 휘감아 도는, 냉엄한 듯

푹신푹신한 야성의 향기다. 그 보기 드문 야성녀들의 이름은 스밀라와 금자 씨이다.

- p.90 「아름다운 야성녀들」중에서

저자소개

강정 [저]  한국 나이 스물두 살이던 1992년 문단에 나와 14년 동안 시집 『처형극장』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과 문화비평집 『루트와 코드』를 냈다. 직장 생활 경험은 딱 3년. ‘강 과장’ 소리가 듣기 싫어 2005년 벽두에 작파하고 방송 구성작가, 신문사 카피라이터 등 3개월짜리 일거리들을 전전하며 최대한 불성실하게 살아보려 애쓰고 있다. 올해 초부터 록밴드 비행선의 리드보컬로 활동하며 나이를 거꾸로 먹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현재 비행선의 새 음반을 준비하며 들고나는 와중에도 변심해버린 시의 정령에게 때늦은 구애를 하느라 매사에 전전긍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