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Indra's Pearls 라는 책을 멀리 미국에서 직접 구해서 잼나게 읽고 있다. 인드라의 진주라...그게 과연 뭘까? 내가 좋아하는 부처님은 연기(緣起)를 설명하기 위하여, 화엄경에 인드라망이라는 것을 묘사해 놓으셨다.
인드라(Indra)는 본래 인도의 수많은 신 가운데 하나로 한역하여 제석천(帝釋天)이라고 합니다. 신력(神力)이 특히 뛰어나 부처님 전생 때부터 그 수행의 장에 출현하며 수행을 외호(外護)하는 신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제석천의 궁전에는 장엄한 무수한 구슬로 만들어진 그물
(=인드라망)이 있다고 합니다.
제석천 궁전에는 투명한 구슬그물(인드라망)이 드리워져 있다.
그물코마다의 투명구슬에는 우주삼라만상이 휘황찬란하게 투영된다. 삼라만상이 투영된 구슬들은 서로서로 다른 구슬들에 투영된다. 이 구슬은 저 구슬에 투영되고 저 구슬은 이 구슬에 투영된다. 작은 구슬은 큰 구슬에 투영되고 큰 구슬은 작은 구슬에 투영된다. 동쪽 구슬은 서쪽 구슬에 투영되고 서쪽 구슬은 동쪽 구슬에 투영된다. 남쪽 구슬은 북쪽 구슬에 투영되고 북쪽 구슬은 남쪽 구슬에 투영된다. 위의 구슬은 아래 구슬에 투영되고 아래 구슬은 위의 구슬에 투영된다. 정신의 구슬은 물질의 구슬에 투영되고 물질의 구슬은 정신의 구슬에 투영된다. 인간의 구슬은 자연의 구슬에 투영되고 자연의 구슬은 인간의 구슬에 투영된다. 시간의 구슬은 공간의 구슬에 투영되고 공간의 구슬은 시간의 구슬에 투영된다. 동시에 겹겹으로 서로서로 투영되고 서로서로 투영을 받아들인다. 총체적으로 무궁무진하게 투영이 이루어진다
불교의 연기법, 연기적 세계관은 바로 이와 같습니다.
이 세상 모든 법이 하나하나 별개의 구슬같이 아름다운 소질을 갖고 있으면서 그 개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코 그 하나가 다른 것들과 떨어져 전혀 다른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것 모두와 저 구슬들처럼 서로서로 그 빛을 주고 받으며 뗄레야 뗄 수 없는 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연기법의 진리를 화엄경에서는 화장세계품(華藏世界品)을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인드라망이라는 비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물눈 하나하나의 그 모든 구슬들이 이중삼중으로 빛을 반영하고 있는 장엄한 광경을 중중무진(重重無盡)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지극한 마음으로 바치는 예불문에 나오는 ‘제망찰해'(帝網刹海)’는 법계(法界)요 바로 인드라망생명공동체입니다. 세계는 본래부터 한몸 한생명의 인드라망생명공동체입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에서 발췌)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비유인가?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은,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fields medal을 수상한 David Mumford 와 다른 두 저자가
함께 쓴 (자기들의 말로는) 수학 대중서적이다. 책의 부제는 'The Vision of Felix Klein'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 Felix Klein 이다.
대칭성, 복소수, 뫼비우스 변환 등을 시작으로, 책은 Schottky Group 의 limit set 과 regular set 을 설명하고,
그것들을 비주얼하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장은 non-Euclidean geometry와 Teichmuller theory
를 설명하는 것으로 장엄하게 마무리된다. 크아 이 정도면, 대학 4년간 배우는 것보다 훨씬 훌륭하게 수학을
배웠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훌륭한 책이다. 그런데 과연 이책을 평범한 사람들이 읽을 수 있을까?
쩝쩝... 수학과 학생용 교양서적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클라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The question is...what will be the position of the limiting points. There is no difficulty in answering these questions by purely logical reasoning; but the imagination seems to fail utterly when we try to form a mental image of the result.
클라인은 못 보겠다는데, 부처님은 잘 묘사를 해 놓으신 걸 보니, 그 옛날에 컴퓨터라도 가지고 계셨던 건가?
아무튼 오늘의 우리는 이제 컴퓨터를 통해 인드라망을 볼 수 있다. 어떻게 생겼냐구? 머 이렇게 생겼다는 거
아닐까? 응 프랙탈...
자! 지금부터 인드라망의 구슬을 가지고 명상을 해보세요.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나인가. 너는 너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