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미술 시장 침체와 맞물려 겨울 내내 뜸했던 미술 전시가 성수기인 봄철로 접어들면서 다시 활기를 보이고 있다.
3월에 개막하는 미술관과 화랑의 주요 전시를 정리했다.
◇대림미술관 '헨리 불 컬렉션'전
헨리 불은 미국의 사회사업가이자 미술 컬렉터다. 그는 미국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여성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손을 찍은 1920년작 '골무를 낀 손'을 1993년 구입한 이래 손을 주제로 다룬 사진 작품을 집중적으로 모았고 나중에는 손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조각도 컬렉션을 진행했다.
그래서 손을 찍은 사진이지만 그의 컬렉션을 통해 1840년대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의 사진부터 만 레이, 다이앤 아버스, 앤디 워홀, 낸 골딘, 마틴 파, 비토 아콘치, 안드레아 구르스키 등 현대까지 160여년간의 사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대림미술관이 '헨리 불 컬렉션'전을 3월5일부터 5월24일까지 연다. 2006년 '리빙룸-컬렉션 1'을 시작으로 컬렉션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기 위해 매년 한 차례씩 열어온 연례 기획전의 일환이다.
전시되는 사진 작품은 104명이 찍은 116점으로, 사진 속 손의 주인공도 시인 장 콕토, 조각가 헨리 무어, 재즈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 테레사 수녀, 복싱 선수 루이스 조 등 유명인사에서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손이 전하는 다양한 감정 표현과 상징도 감상 포인트다. 예를 들면 앤디 워홀이나 비토 아콘치는 자신의 손을 찍어 '자화상'이라는 작품명을 붙였다. 로베르 두아노의 사진작품인 '피카소의 빵'은 식탁 위에 놓인 여러개의 빵이 앞에 앉은 피카소의 손처럼 보이게 하는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다.
조각의 경우는 루이스 부르주아, 아네트 메사저, 파블로 피카소, 브루스 나우먼, 오귀스트 로댕, 서도호, 노상균 등 32명의 작품 32점으로 구성된다.
이 전시는 2004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처음 열린 뒤 2006년 러시아 모스크바 현대미술관 등을 거쳐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는 것이다.
입장료는 2천-4천원. ☎02-720-0667.
◇토탈미술관.가인갤러리 '천경우'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활동하는 사진작가 천경우(40)는 2007년부터 자신의 뿌리를 찾는 사적인 동기의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성인 천(千)의 시조이자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군이었던 '천만리(千萬里)'의 고향인 중국 허난(河南)성 지역에 서 1천명의 천씨 성을 가진 사람들의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인편과 우편을 통해 자신의 독일 작업실로 보내도록 했다.
그리고 이 사진을 모아 설치한 작품을 중심으로 지난해 스페인 현대미술관에서 'Thousands'라는 이름의 전시를 열었다.
평창동 토털미술관에서 이 전시가 3월 3-29일 열린다. 올해 여름에는 독일에서 순회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1천명의 천씨 사람들 사진을 모은 설치작과 함께 고증을 거쳐 만든 천만리 장군의 당시 갑옷을 입은 사람을 찍은 사진 연작인 '1592', 영상작업인 '레드북' 등도 선보인다.
또 자신의 출신학교인 반포초등학교 학생들의 협조를 받아 신발 한쪽에는 불만을, 다른 한쪽에는 희망사항을 적게 해 설치한 '천개의 꿈, 천개의 불만'도 전시한다.
같은 기간 가인갤러리에서는 천경우의 '브리딩즈(BreaThings)' 연작 13점으로 꾸며지는 개인전이 열린다.
천경우 특유의 장시간 노출을 통해 흐릿하게 찍은 사진 연작으로, 누군가의 손과 팔이 들고 있는 책, 야구공, 장난감 등과 함께 흔들리듯 희미하게 찍힌 사진들이다.
☎02-394-3631.
◇예술의전당 '유섭 카쉬'전
유섭 카쉬(1908-2002)는 20세기 인물 사진의 대가로 불리는 사진작가다.
그가 남긴 사진 중 윈스턴 처칠, 피델 카스트로, 아인슈타인, 오드리 헵번,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블로 피카소, 마더 테레사 등 유명 인물을 담은 사진 90여점으로 꾸며지는 '유섭 카쉬'전이 3월4일부터 5월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한국 사진작가인 임응식. 육명심. 박상훈. 임영균. 김동욱 등 5명이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시인 서정주, 배우 김혜수 등을 찍은 사진 20여점도 함께 볼수 있다.
입장료는 6천-8천원. ☎1544-1681.
◇KT & G 상상마당 '서교육십(西橋六十) 2009'전
홍대앞 복합문화공간 KT & G 상상마당 1-3층에서 젊은 현대미술 작가 60명의 작품으로 꾸며지는 전시로, 3월7일부터 5월10일까지 '인정 게임'이라는 부제를 달고 1, 2부로 나눠 열린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연례 기획전으로, 회화,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김노암, 류병학, 김현진, 서진석 등 모두 60명의 전시기획자나 미술평론가, 대학 교수로부터 각각 1명의 작가를 추천받는 방식으로 신동근, 김승연, 이예린, 웁쓰양, 장성은, 이재훈, 사타 등 작가 60명을 선정했다.
신선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현장에서 활약하는 미술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과 성향까지 볼 수 있다.
☎02-330-6223.
◇인터알리아 '에디션 워크-진화하는 장르'전
인터알리아가 지난해 판화, 사진 등 에디션 작품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기 위해 '에디션, 새로운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열었던 기획전의 후속판이 되는 전시다.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에서 3월3일부터 4월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데미안 허스트, 알렉스 카츠, 야요이 쿠사마, 요시토모 나라, 줄리안 오피, 앤디 워홀, 탐 웨슬만 등 15명의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들이 에디션 작품을 만드는 이유가 단순히 대중적인 작품 보급에만 있지 않고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며 이에 따라 프린팅 등 기법이 다양화됐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전시작 중 탐 웨슬만의 작품은 철을 레이저로 잘라 만들어 팝아트의 그래픽적인 느낌을 극대화한 것이다.
◇워터게이트갤러리 '폴 헉슬리'전
폴 헉슬리(71)는 영국의 모더니즘 계보를 잇는 작가다. 그의 추상화는 캔버스 화면을 분할해 입체파와 초현실주의적인 요소를 담고있다.
왕립미술아카데미의 교수로 활동하면서 많은 제자들도 양성했는데 트레이시 에민 등이 그의 제자다.
현재도 왕립미술아카데미의 회원이고 귀중품 출납관으로서 왕실의 신임을 얻고 있다고 한다.
논현동 워터게이트갤러리가 3월6일부터 4월7일까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폴 헉슬리의 개인전을 연다.
☎02-540-3213.
(사진설명 = 매리 앨런 마크의 1981년작 '테레사 수녀, 메루트' < courtesyof the artist > , 1천명의 천씨 성 사진을 모은 설치작 스페인 전시 장면, 인터알리아의 전시작들)
ev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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